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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품과 영양

들기름에서 벤조피렌이 왜 나왔을까? 기준치 5배 검출된 이유

by 모루. 2026. 9. 26.

들기름은 나물이나 비빔밥에 한 숟가락만 넣어도 고소한 향이 살아나서 자주 사용하는 기름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들기름 제품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의 5배 검출돼 회수됐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평소 들기름을 건강한 식재료로 생각해 먹고 있었다면 '기름에서 왜 이런 물질이 나왔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벤조피렌은 들깨를 볶고 기름을 만드는 과정의 조건에 따라 양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볶는 온도와 시간뿐 아니라 연기가 빠져나가는 방식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들기름에서 벤조피렌 기준치 5배 검출
들기름에서 벤조피렌 기준치 5배 검출


이번에 어떤 들기름에서 문제가 확인됐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9월 22일 벤조피렌이 기준보다 높게 검출된 '반하다(愛) 들기름'의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수 대상은 경북 상주시에 있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체 상주이장님농장이 제조한 300mL 제품 가운데 제조일자가 2026년 9월 3일로 표시된 제품입니다.

 

식용유지의 벤조피렌 기준은 2.0㎍/kg 이하인데, 해당 제품에서는 10.0㎍/kg이 검출됐습니다.

기준의 5배입니다.

 

식약처는 이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섭취를 중단하고 구입처에 반품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제품명과 제조업체, 제조일자를 함께 확인하면 됩니다.

 

회수 대상 제품 확인 정보
회수 대상 제품 확인 정보

 

들기름에서 벤조피렌은 왜 생길까?

벤조피렌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기물이 높은 온도에서 불완전하게 연소하거나 열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어, 식품에서는 굽기나 볶기, 훈연처럼 높은 열과 연기가 발생하는 과정과 관련해 관리되는 물질입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벤조[a]피렌을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인 Group 1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Group 1은 발암 위험의 크기를 1등급으로 매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해당 물질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분류이므로, 이번 회수 제품을 한 번 먹었다고 개인의 위험도를 계산할 수 있는 기준과도 다릅니다.

 

고온 볶음·연기와 벤조피렌 생성 과정
고온 볶음·연기와 벤조피렌 생성 과정

 

들기름은 보통 들깨를 볶은 뒤 압착해 기름을 얻습니다.

그렇다면 이 볶는 과정에서 실제 벤조피렌 수치가 얼마나 달라질까요?

들깨를 볶았더니 벤조피렌 수치가 높아졌습니다

2008년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참깨와 들깨를 볶고 기름을 짜는 과정에서 벤조피렌 함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국내산 종실에서는 벤조피렌이 0.06~0.31㎍/kg, 수입산에서는 0.12~0.47㎍/kg 범위로 검출됐습니다.

그런데 들깨를 220℃에서 20분간 볶은 뒤에는 2.12~2.43㎍/kg으로 올라갔고, 볶은 들깨를 압착해 만든 들기름에서는 4.64㎍/kg이 측정됐습니다.

 

원료 들깨 → 220℃ 20분 볶음 → 들기름 수치 변화
원료 들깨 → 220℃ 20분 볶음 → 들기름 수치 변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결과가 있습니다. 같은 온도에서 볶더라도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느냐에 따라 최종 기름의 수치가 크게 달랐습니다.

들깨 볶음 방식 들기름 벤조피렌
밀폐형 볶음 4.64㎍/kg
개방형 볶음 0.56㎍/kg

밀폐된 조건에서 볶아 만든 들기름은 4.64㎍/kg이었던 반면, 개방된 조건에서 볶아 만든 들기름에서는 0.56㎍/kg이 검출됐습니다.

 

연구진은 밀폐된 볶음 과정에서 발생한 벤조피렌이 연기와 함께 빠져나가지 못하고 원료에 다시 흡착되면서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밀폐된 장치에서도 외부 공기를 넣어 연기를 강제로 배출하자 벤조피렌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들기름의 벤조피렌은 단순히 '높은 온도에서 볶았다'는 한 가지 조건으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볶는 온도와 시간, 연기가 머무는 정도와 환기 방식 등 제조 과정 전체가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제품도 볶는 과정 때문에 기준치를 넘었을까?

앞의 연구를 보면 제조 조건에 따라 들기름의 벤조피렌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에 회수된 제품도 같은 이유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식약처가 공개한 회수 자료에는 해당 제품에서 10.0㎍/kg이 검출됐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있지만, 어느 제조 단계에서 수치가 높아졌는지에 대한 원인 조사 결과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품이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볶아졌거나 특정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현재 확인된 자료보다 앞서가는 해석입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는 들기름 제조 과정에서 벤조피렌이 증가할 수 있는 조건을 이해하는 자료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집에 있는 들기름까지 걱정해야 할까?

이번 회수 대상은 모든 들기름이 아닙니다. '반하다(愛) 들기름' 300mL 제품 가운데 제조일자가 2026년 9월 3일인 제품으로 범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집에 들기름이 있다면 먼저 제품명과 제조업체, 제조일자를 확인하면 됩니다. 회수 대상 제품이라면 더 먹지 말고 구입처에 반품하는 것이 식약처의 안내입니다.

 

이번 소식을 보고 들기름을 프라이팬에 조금만 데워도 벤조피렌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연구는 들깨를 볶은 뒤 압착해 들기름을 만드는 제조 과정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 연구만으로 완성된 들기름을 집에서 짧게 가열했을 때 벤조피렌이 얼마나 새로 생기는지까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제조 과정에서 들깨를 장시간 볶으며 연기에 노출시키는 조건과 일반적인 가정 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들기름 전체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소식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회수 대상 제품입니다. 특정 제품에서 기준을 넘는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를 시중의 모든 들기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들기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볶는 온도와 시간, 연기 배출 같은 조건이 벤조피렌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연구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먹던 들기름이 걱정된다면 무조건 버리기보다 이번 회수 대상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개인생각

건강을 챙기려고 일반 식용유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일부러 들기름을 골라 먹는데, 이런 뉴스를 접하면 소비자로서는 속상한 마음이 듭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 식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발암물질 벤조피렌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됐다’는 말을 들으면 덜컥 걱정부터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번 내용을 보면서 좋은 원료를 사용하는 것만큼 만드는 과정도 역시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들깨로 만든 기름이라도 볶는 온도와 시간, 연기를 어떻게 배출하는지에 따라 벤조피렌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직접 먹는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만큼 제조 과정에서 작은 부분 하나도 제발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가 매번 제조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으니까요.

 

조금 더 비싸더라도 건강을 생각해 선택한 식품이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까지 꼼꼼하게 관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벤조피렌 초과 검출된 ‘들기름’ 회수 조치
https://www.mfds.go.kr/brd/m_99/view.do?seq=50374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지
참기름과 들기름의 제조조건에 따른 벤조피렌 함량 변화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1273618

국제암연구소(IARC)
Agents Classified by the IARC Monographs
https://monographs.iarc.who.int/agents-classified-by-the-i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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