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이 우리나라 사망원인 6위라는 통계를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치매라고 하면 가장 먼저 기억력 저하나 인지기능의 변화를 떠올리게 됩니다.
암이나 심장질환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라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적죠.
그렇다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했다’는 말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치매가 많이 진행된 환자는 실제로 무엇 때문에 사망하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에만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닙니다.
병이 많이 진행되면 걷기, 식사, 삼키기 같은 기본적인 신체 기능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사망통계에서는 마지막에 나타난 합병증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의 흐름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정말 사망원인 6위일까?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알츠하이머병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 6위입니다.
2024년 알츠하이머병으로 분류된 사망자는 1만2,223명,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3.9명이었습니다. 2023년 21.7명과 비교하면 10.3% 증가했습니다.
2024년 주요 사망원인
1위 암 → 2위 심장질환 → 3위 폐렴 → 4위 뇌혈관질환 → 5위 고의적 자해(자살) → 6위 알츠하이머병

여기서 하나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사망자 수와 전체 치매 사망자 수는 같지 않습니다.
통계청은 알츠하이머병(G30), 혈관성 치매(F01), 상세불명의 치매(F03)를 합쳐 ‘치매 사망’을 별도로 집계합니다. 2024년 이 기준에 해당하는 치매 사망자는 1만4,978명,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은 29.3명이었습니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이 사망원인 6위’라는 통계와 ‘치매로 사망한 사람 전체’를 같은 숫자로 보면 안 됩니다.
치매 환자는 실제로 무엇 때문에 사망할까?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을 잃어가는 병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질환이 많이 진행되면 뇌의 손상 범위가 넓어지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신체 기능도 점차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혼자 걷거나 자세를 바꾸기 어려워지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일에도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충분히 먹고 마시기 힘들어지면서 영양과 수분 섭취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후기 알츠하이머병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삼킴 기능의 저하입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알츠하이머병 후기에는 씹고 삼키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때 음식이나 액체가 기도로 잘못 넘어가 폐로 들어가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움직임이 크게 줄고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감염에도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음식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문제가 겹치면서 몸 전체가 점점 약해질 수 있어요.
그렇다고 치매 환자가 모두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가 가지고 있던 다른 질환이나 마지막에 발생한 의학적 상황에 따라 실제 사망 과정은 달라집니다.
폐렴으로 사망했는데 왜 알츠하이머병으로 기록될까?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사망통계에서 사용하는 ‘원사인’이라는 개념을 알아두면 쉽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사인(underlying cause of death)을 사망으로 이어진 질병의 연쇄를 처음 시작하게 한 질병이나 손상으로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흐름이 가능합니다
알츠하이머병 진행
↓
삼킴 기능 저하
↓
음식물·액체가 기도로 넘어감
↓
폐렴
↓
사망

이런 경우 마지막에 나타난 질환은 폐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진단서에 이러한 인과관계가 기록되어 있고 사망원인 선정 기준에 부합한다면, 통계에서는 이 과정을 시작하게 한 알츠하이머병이 원사인으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망이 알츠하이머병 사망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과 관계없는 다른 질환이나 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졌다면 다른 원인이 원사인으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질환 사이의 관계와 국제질병분류에 따른 선정 규칙을 함께 보기 때문입니다.
기억을 잃는 병이 몸의 기능까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등 인지기능의 변화가 먼저 눈에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혼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대화가 힘들어지고 이동이나 식사처럼 매일 하던 행동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단순히 식사가 불편해지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음식과 물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워지고, 잘못 삼킨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흡인 위험도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의 후기 모습을 이해할 때는 기억력 변화만 보는 것보다 이동, 식사, 삼킴처럼 기본적인 신체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사망과 ‘치매 사망’은 숫자도 다릅니다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같은 말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범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치매는 기억력과 사고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를 가리키는 넓은 개념이고,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입니다.
| 구분 | 2024년 사망자 | 10만 명당 사망률 |
|---|---|---|
| 알츠하이머병 | 12,223명 | 23.9명 |
| 치매 전체* | 14,978명 | 29.3명 |
* 치매 전체: 알츠하이머병(G30), 혈관성 치매(F01), 상세불명의 치매(F03) 합계

2024년 전체 치매 사망자 1만4,978명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으로 분류된 사망자는 1만2,223명이었습니다.
나머지에는 혈관성 치매와 상세불명의 치매가 포함됩니다.
통계에서 ‘알츠하이머병 사망’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는 전체 치매 환자의 사망을 뜻하는지, 알츠하이머병을 원사인으로 분류한 사망을 뜻하는지 먼저 구분해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개인적인 생각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마음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는 모습만으로도 안타까운데, 병이 진행되면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먹고 삼키는 기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무겁게 다가왔어요.
특히 음식을 삼키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 평소에는 의식조차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알츠하이머병이 말기에 이르면 이런 기본적인 기능까지 어려워지고, 그것이 흡인이나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고 참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요즘 매스컴에서도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치매 사망률도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이제는 일부 가정만의 문제로 생각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고령 인구가 늘어가는 만큼 치매를 조금 더 가까운 문제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의학과 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언젠가는 치매가 지금처럼 두려운 질환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치료와 예방 방법이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치매로 사망했다’는 말은 마지막 질환만 뜻하지 않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사망통계를 볼 때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질환 하나만 놓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질환이 오랜 시간 진행되면서 이동이나 식사, 삼킴 같은 기능이 떨어지고 그 과정에서 폐렴이나 감염 같은 문제가 이어졌다면, 사망통계에서는 그 질병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원사인을 정합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이 사망원인 6위라는 숫자는 기억력 저하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질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병이 많이 진행되면 인지기능뿐 아니라 먹고, 삼키고, 움직이는 기본적인 신체 기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참고자료
통계청, 2024년 사망원인통계
https://kostat.go.kr/boardDownload.es?bid=218&list_no=438787&seq=4
World Health Organization, Cause of death
https://www.who.int/standards/classifications/classification-of-diseases/cause-of-death
National Institute on Aging, What Happens to the Brain in Alzheimer's Disease?
https://www.nia.nih.gov/health/alzheimers-causes-and-risk-factors/what-happens-brain-alzheimers-disease
National Institute on Aging, Late-Stage Caregiving
https://www.nia.nih.gov/health/alzheimers-caregiving/caregiving-person-alzheimers-disease-or-related-demen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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