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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품과 영양

에리스리톨은 안전할까? 심혈관 연구와 섭취 시 주의점

by 모루. 2026. 8. 8.

제로 음료와 저당 간식을 살펴보며 에리스리톨 섭취를 고민하는 모습
에리스리톨은 안전할까?

 

 

제로 음료나 무설탕 간식에서 에리스리톨이라는 이름을 자주 보게 됩니다.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제로’, ‘무설탕’, ‘저당’이라고 적힌 제품을 이제는 정말 쉽게 볼 수 있어요.

예전엔 설탕이 적다는 내용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뒷면의 원재료명도 한 번씩 보게 됩니다.

그중에서 꽤 자주 눈에 들어오는 성분이 바로 '에리스리톨'입니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면서도 혈당 부담이 적고 열량도 낮다고 하니 처음에는 꽤 괜찮은 감미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에리스리톨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가 있다고 해서 조금 의아해졌습니다.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는 감미료라는데 왜 갑자기 혈전이나 심혈관 위험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과연 에리스리톨이 어떤 감미료인지 알아보고 최근 심혈관 연구에서 실제로 확인된 내용,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 평소 섭취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 등을 차례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에리스리톨은 설탕과 무엇이 다를까?

에리스리톨은 당알코올 또는 폴리올에 속하는 감미료입니다.

단맛은 설탕보다 약하지만 열량이 매우 낮아 제로 음료, 저당 과자, 단백질 제품이나 가정용 감미료 등에 사용됩니다.

 

먹은 에리스리톨의 상당 부분은 소장에서 흡수된 뒤 몸에서 거의 대사되지 않은 채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같은 양의 설탕을 먹었을 때처럼 혈당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설탕을 에리스리톨로 바꾼 제품이 당류나 열량을 낮추는 데 유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꽤 이상적인 설탕 대체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2023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전혀 다른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에리스리톨과 심혈관 질환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된 것입니다.

 

에리스리톨이 소장에서 흡수된 뒤 혈액을 거쳐 신장과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
에리스리톨이 우리 몸에서 움직이는 과정

 

2023년 연구에서 심혈관 위험 이야기가 나온 이유

2023년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에리스리톨과 심혈관 사건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심혈관 위험 평가를 받던 미국과 유럽 환자들의 혈액을 분석하고 이후 약 3년 동안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과 같은 주요 심혈관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혈액 속 에리스리톨 농도가 높은 집단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이 더 자주 나타나는 연관성이 확인됐습니다.

미국 검증 집단에서는 에리스리톨 농도가 가장 높은 구간의 위험도가 가장 낮은 구간보다 약 1.8배, 유럽 집단에서는 약 2.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

이 연구는 사람들이 평소 에리스리톨을 몇 g씩 먹었는지를 조사해 심근경색 발생률과 비교한 연구가 아닙니다.

혈액에서 측정된 에리스리톨 농도와 이후 발생한 심혈관 사건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도 포도당 대사 과정에서 소량의 에리스리톨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나 대사 상태도 혈중 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연구 참여자들은 일반적인 건강검진 집단이 아니라 심혈관 위험 평가를 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결과를 “에리스리톨을 많이 먹으면 심근경색 위험이 2배가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연구에서 확인한 범위를 넘어섭니다.

 

연구에서는 혈액 속 에리스리톨 농도가 높은 사람에게 심혈관 질환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식품을 통해 섭취한 에리스리톨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혈중 에리스리톨 농도와 식품으로 섭취한 에리스리톨 양의 차이를 설명한 인포그래픽
혈중 농도와 섭취한 용량은 다르다

직접 에리스리톨을 먹은 연구에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관찰연구만 있었다면 음식으로 섭취한 에리스리톨과의 관계를 판단하기가 더 어려웠을 겁니다.

이후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이 에리스리톨을 직접 섭취했을 때 혈액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 2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쪽은 에리스리톨 30g, 다른 쪽은 포도당 30g을 섭취하게 했습니다.

에리스리톨을 먹은 집단에서는 혈중 에리스리톨 농도가 크게 올라갔고, 여러 검사에서 혈소판이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혈소판은 혈관이 손상됐을 때 서로 달라붙어 출혈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필요한 과정이지만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혈전 형성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 변화를 심혈관 측면에서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신호로 보았습니다.

 

평상시 혈소판과 자극 후 서로 달라붙는 혈소판 반응을 비교한 인포그래픽
혈소판의 반응성 주목이유

 

30g 연구를 일상적인 장기 위험으로 바로 바꿔 해석하면 안 됩니다

이 연구는 에리스리톨군과 포도당군이 각각 10명인 소규모 연구이고, 섭취 직후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실제로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에리스리톨을 먹은 사람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더 많이 겪는지를 확인한 임상시험은 아닙니다.

2025년에는 사람의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에리스리톨에 노출된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와 혈관 기능에 관련된 변화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사람에게 장기간 먹인 연구가 아니라 배양한 세포를 이용한 실험입니다.

생체 안에서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에리스리톨은 안전한 감미료일까?

지금까지 나온 연구만으로 에리스리톨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직접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많은 양을 오랫동안 먹어도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연구가 충분한 것도 아닙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3년 에리스리톨을 다시 평가하면서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혈액 속 에리스리톨 농도가 높은 사람에게 심혈관 질환이 더 많이 나타난 연구는 확인했지만, 이것만으로 에리스리톨 섭취가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앞으로 더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FDA도 에리스리톨을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제출된 여러 GRAS 통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2026년 4월에 마무리된 새로운 통지에서도 같은 입장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FDA의 판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최근 제기된 심혈관 문제까지 장기간 연구해 안전하다고 새롭게 확인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에리스리톨의 심혈관 영향은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자료를 이렇게 구분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확인된 것: 혈중 에리스리톨 농도와 심혈관 사건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습니다.
  • 추가로 확인된 것: 30g을 섭취한 소규모 인체 연구에서 혈소판 반응성이 증가했습니다.
  • 아직 모르는 것: 일상적인 양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실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증가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어느 정도까지 먹어도 될까?

에리스리톨에서 비교적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부작용은 많이 먹었을 때 나타나는 설사와 위장 불편감입니다.

EFSA는 재평가 과정에서 사람에게 설사를 일으키지 않은 가장 낮은 무관찰유해영향량을 토대로 에리스리톨의 하루 섭취허용량을 체중 1kg당 0.5g으로 설정했습니다.

체중에 대입하면

체중 50kg → 하루 25g

체중 60kg → 하루 30g

체중 70kg → 하루 35g

 

체중 50kg 60kg 70kg에 따른 에리스리톨 하루 섭취량 예시
에리스리톨 적정 섭취량 비교

에리스리톨을 먹을 때 확인하면 좋은 것

제로 또는 무설탕이라는 표시만으로 제품 전체의 영양 구성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구매하거나 먹기 전에 확인할 항목

  • 원재료명에 에리스리톨이 들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하루에 여러 저당·제로 제품을 겹쳐 먹고 있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 먹은 뒤 설사, 복부팽만, 복통이 반복되면 양을 줄여봅니다.
  • 설탕을 줄인 대신 단맛이 강한 식품 자체를 더 자주 찾게 되지는 않는지도 함께 봅니다.
  •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거나 위험도가 높은 상태에서 매일 많은 양을 사용한다면 담당 의료진과 섭취 습관을 상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4년 식품 표시기준이 개정되면서 무당·무가당을 강조한 제품에 감미료가 들어 있는 경우 감미료 함유 사실과 열량 정보를 함께 제공하도록 표시기준도 강화했습니다.

 

제로 슈거 제품 앞면 표시와 원재료명 영양정보를 함께 확인하는 모습
원재료명 영양정보를 함께 표시하도록 하였다

 

WHO가 감미료를 권하지 않았다는데 에리스리톨도 해당될까?

WHO는 2023년 체중 관리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비당류 감미료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권고를 내놓았습니다.

 

여기에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사카린, 스테비아 같은 감미료가 포함된 반면, 에리스리톨은 이 권고의 대상이 아닙니다. WHO는 해당 지침에서 에리스리톨을 제외했습니다.

자주 궁금한 점

Q. 에리스리톨을 먹으면 심근경색 위험이 2배가 되나요?

현재 연구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약 2배라는 수치는 식품으로 먹은 양을 비교한 결과가 아니라 혈중 에리스리톨 농도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비교한 관찰연구에서 나온 값입니다.

Q. 혈당 관리가 필요하면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을 써도 될까요?

에리스리톨은 설탕과 비교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작습니다.

그러나 감미료 하나만 바꾸는 것보다 전체 당류 섭취량과 식사 구성을 함께 조절해야 합니다.

매일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최근 심혈관 연구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Q. 에리스리톨이 들어 있으면 무조건 피해야 하나요?

현재 근거만으로 모든 사람이 완전히 피해야 한다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

가끔 소량 먹는 경우와 여러 제로 식품을 매일 먹으면서 상당한 양을 섭취하는 경우는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경험·생각

 

에리스리톨을 직접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최근 시장의 '제로' 열풍을 보면 감미료가 우리 식문화 깊숙이 들어왔음을 체감하게 됩니다.


설탕이 나쁘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반면 "설탕을 대체하는 성분들이 과연 얼마큼 안전할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에리스리톨은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한 '유용한 대체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해 보입니다.
다만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무설탕'이라는 문구가 주는 완벽한 안전 지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라는 신호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 다량으로, 장기간' 섭취했을 때의 안전성까지 완벽히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하니까요.
하루 섭취 허용량 기준만 보더라도 가공식품을 통한 중복 섭취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당류를 줄이기 위한 선택지로 활용하되, 궁극적으로는 강한 단맛 자체에 익숙해진 식습관을 고쳐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처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에리스리톨은 ‘안전’과 ‘위험’ 둘 중 하나로만 정리하기 어려운 단계입니다.

설탕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고 현재 식품 사용 자체가 금지된 감미료도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혈소판과 심혈관 위험에 대한 새로운 신호가 나온 만큼 매일 많은 양을 먹는 습관까지 당연히 괜찮다고 볼 근거도 부족합니다. 제로라는 표시만 믿고 양이 계속 늘어나지 않는지 살펴보고, 단맛 자체에 익숙해지는 식습관도 함께 돌아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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